제6장

해안 빌라에 도착하자마자 이도준은 박희수의 손을 거칠게 움켜쥐고 차에서 억지로 끌어냈다.

박희수는 두 아이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시후가 유리를 잘 데리고 비행기에 올라 Y국에서 윤결을 찾아갈 능력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들이라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녀가 상념에 잠긴 사이, 이도준이 예고 없이 잡아끄는 바람에 하마터면 땅에 고꾸라질 뻔했다. 다행히 차 문틀을 붙잡고 겨우 균형을 잡은 그녀는 이도준을 향해 불꽃이 튀는 눈으로 쏘아붙였다. “이거 놔. 나 혼자 갈 수 있어!”

남자는 당연히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오히려 더 세게 손목을 틀어쥐고 그녀를 빌라 안쪽 방으로 끌고 갔다.

그는 박희수를 가차 없이 카펫 위로 내던졌다. 박희수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턱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턱을 붙잡힌 채 강제로 고개를 들자,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지척에 있었다.

“여기서 반성이나 하고 있어. 언제 실토할 마음이 생기는지 보고, 그때 밥을 주지.”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지옥의 악마처럼 귓가에 울렸다.

박희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이들의 행방을 실토하라고? 백일몽도 유분수지.

“꿈 깨.”

“허.”

남자는 냉혹하게 비웃었다.

“며칠 뒤에도 그렇게 뻣뻣하게 굴 수 있는지 보자고.”

남자는 그 말을 매정하게 내뱉고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박희수는 마음이 조급해져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제야 휴대폰을 그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황급히 문으로 달려들었다.

문은 그녀의 눈앞에서 무정하게 닫혔다.

쾅!

박희수는 눈에서 불을 뿜을 듯 소리쳤다. “이도준, 내 휴대폰 돌려줘! 이 미친놈아!”

휴대폰이 없으면 시후와 유리에게 연락해 안전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애가 타는 마음에 박희수는 문을 발로 걷어찼지만, 정교한 조각이 새겨진 양문형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방은 3층에 있었다. 박희수는 그 높이를 힐끗 쳐다보았다. 뛰어내렸다간 어디 하나 부러지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게 뻔했다. 하지만 그 개자식이 밖에서 문을 잠가버려서 도저히 열 수가 없었다.

박희수는 방 안을 빠르게 뒤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예전에 이도준과 결혼했을 때 살던 방이었다. 방 안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는 방에 비상 열쇠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박희수는 그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방 안의 모든 서랍을 샅샅이 뒤졌지만, 열쇠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박희수는 기운이 빠진 채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양팔로 무릎을 감싸 안은 채, 시후와 유리가 무사히 비행기에 탔을지 알 수 없어 막막했다.

휴대폰이 없으니 아이들과 연락할 길이 없었다. 초조함과 걱정으로 매분 매초가 끔찍한 고문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기나긴 세 시간이 흘렀다. 벽시계는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밥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희수는 아침에 서둘러 일어나 아이들 먹을 것만 챙겨주고 자신은 겨우 두어 숟갈 뜬 게 다였다. 이 시간이 되자 배가 고파 속이 쓰릴 지경이었다.

그때, 고요한 복도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박희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청력이 유난히 좋았다. 누군가 오고 있었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고, 밖에서 상냥한 여자 목소리가 다정하게 불렀다. “도준 씨.”

이 목소리는… 윤명주!

“도준 씨, 안에 있어요?”

박희수는 속으로 묘한 생각이 들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대신 바닥 위를 몇 걸음 걸으며 일부러 희미한 발소리를 내어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그러고는 숨을 죽인 채 벽 모퉁이에 몸을 붙이고 섰다.

“도준 씨, 안에 있는 거예요?”

“…….”

“도준 씨, 저 들어가요?”

윤명주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도준이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 전에는 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었다. 하녀들도 거의 들어오지 못했고, 청소를 하더라도 방 안의 물건은 무엇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오늘 이도준이 거절하지 않자, 윤명주의 입가에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방에 곧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윤명주는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그녀는 옷깃을 살짝 끌어내려 섬세한 쇄골을 드러내고, 정성껏 관리한 갈색 웨이브 머리를 쓸어 넘기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곧 이도준을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

박희수가 내리친 손날에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박희수는 힘을 많이 주지 않아서, 윤명주는 한 시간도 안 되어 깨어날 터였다.

윤명주가 이도준을 찾아 위층으로 올라왔다는 건, 이도준이 아래층에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박희수는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단숨에 현관까지 내달렸다. 대문이 지척에 있었다. 박희수의 눈에 희망이 가득 찼다. 그녀는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잡았다.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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